미국 개인저축률이 낮아졌다고 가계의 통장 잔액이 곧 바닥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개인저축률은 일정 기간의 소득에서 지출하고 남긴 비중입니다. 과거부터 모아 둔 자산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숫자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저축률 하락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소득보다 지출이 빠르게 늘어 저축 여력이 줄었다면 앞으로 소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살펴볼 이유가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저축률이 낮다는 사실뿐 아니라, 무엇 때문에 낮아졌는지입니다.
아래 금액과 가구 사례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며 실제 미국 통계가 아닙니다.
개인저축률은 어떻게 계산할까?
미국 경제분석국(BEA)은 개인저축을 가처분소득에서 개인지출을 뺀 금액으로 계산합니다. 가처분소득은 개인소득에서 개인 경상세금을 차감한 값입니다. 저축률은 이렇게 구한 저축액이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BEA 개인저축률 설명
개인저축률 = (가처분소득 − 개인지출) ÷ 가처분소득 × 100
여기서 개인지출은 소비지출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개인소비지출(PCE)에 개인 이자지급과 개인 경상이전지출 등이 더해집니다. 따라서 발표표의 가처분소득에서 PCE만 빼면 공식 개인저축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BEA 개인소득·지출 통계 설명
가상으로 가처분소득이 1,000이고 개인지출이 950이라면 저축은 50, 저축률은 5%입니다. 지출이 980으로 늘고 소득은 같다면 저축률은 2%가 됩니다.
이때 2%는 예금에 붙는 이자율도, 자산의 수익률도 아닙니다. 해당 기간 소득에서 남긴 몫을 나타냅니다.
같은 저축률 하락에도 사정은 다를 수 있다
출발점이 같은 두 가지 상황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 구분 | 출발점 | 상황 A | 상황 B |
|---|---|---|---|
| 가처분소득 | 1,000 | 1,000 | 980 |
| 개인지출 | 950 | 970 | 950 |
| 개인저축 | 50 | 30 | 30 |
| 개인저축률 | 5% | 3% | 약 3.1% |
상황 A에서는 소득이 그대로인데 지출이 늘었습니다. 상황 B에서는 지출이 그대로인데 소득이 줄었습니다. 저축률은 모두 3% 안팎으로 내려갔지만, 소비와 소득이 움직인 방향은 다릅니다.
상황 A라면 일시적인 큰 지출인지, 생활비 부담이 커진 것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황 B라면 소득 감소의 원인이 중요합니다. 고용소득이 약해졌는지, 일시적인 소득이 사라졌는지에 따라 다음 달을 보는 판단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저축률 하락만 보고 소비가 이미 줄고 있다고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예시의 상황 A에서는 오히려 지출이 늘었습니다. 현재 지출이 유지되는 것과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는지는 나눠서 생각해야 합니다.
저축률과 통장 잔액은 다른 숫자다
저축률은 일정 기간의 소득·지출 관계를 나타내는 흐름입니다. 통장 잔액은 특정 시점에 쌓여 있는 잔액입니다.
가령 매달 100만 원을 남기던 사람이 이번 달에는 20만 원만 남겼다고 해보겠습니다. 새로 저축하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그것만으로 기존 예금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미 1억 원을 모은 사람과 100만 원을 모은 사람의 이번 달 저축률이 같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국민계정의 저축은 은행 예금에 넣은 돈만 뜻하지 않습니다. 소득에서 지출하고 남긴 금액이 어떤 자산 취득이나 부채 축소로 이어졌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개인저축률을 예금잔액 증가율처럼 읽으면 안 됩니다.
특히 ‘저축률이 낮아졌다’와 ‘과거에 쌓인 초과저축이 모두 소진됐다’는 다른 주장입니다. 초과저축을 추정하려면 정상적이라고 보는 저축 경로를 정하고 실제 흐름과 비교하는 추가 계산이 필요합니다. 저축률 하나만으로 소진 시점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주식으로 번 돈은 개인소득에 모두 들어갈까?
BEA의 개인소득에는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자산가격 상승으로 부유해졌더라도 그 증가분이 통계상 개인소득과 저축에 그대로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BEA 소득·저축 안내
예를 들어 보유 주식 가치가 올랐고, 일부를 처분해 소비를 늘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소비지출은 늘지만 주가 상승분 자체는 개인소득으로 잡히지 않으므로 저축률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산을 처분하기 전보다 반드시 가난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BEA도 자본이득과 소비 재원의 관계를 별도로 설명합니다. BEA 자본이득과 소비 관련 FAQ
물론 자산가격 상승이 모든 가구에 같은 혜택을 주지는 않습니다. 자산이 많은 가구의 소비 여력과 현금 여유가 부족한 가구의 상황을 같은 것으로 보면 안 됩니다.
전체 저축률이 같아도 가구별 부담은 다르다
공표되는 개인저축률은 개인 부문 전체의 저축액을 전체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각 가구의 저축률을 단순히 더해 평균 낸 숫자가 아닙니다.
두 가구만 있는 단순한 경제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 구분 | 가처분소득 | 개인지출 | 저축액 | 저축률 |
|---|---|---|---|---|
| 가구 A | 100 | 110 | -10 | -10% |
| 가구 B | 900 | 850 | 50 | 약 5.6% |
| 합계 | 1,000 | 960 | 40 | 4% |
전체 저축률은 4%지만 가구 A는 소득보다 많이 지출하고 있습니다. 전체가 플러스라고 해서 모든 가구가 여유 있게 저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전체 저축률이 낮아도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가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의 지속성을 판단하려면 소득계층별 여건, 유동성 있는 자산, 부채 부담을 따로 살펴봐야 합니다. 위 사례는 전체 통계가 개인의 사정을 얼마나 가릴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소비 위험을 판단할 때 함께 볼 것
저축률은 출발점으로 쓰고, 다음 자료를 이어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 확인할 내용 | 확인하는 이유 |
|---|---|
| 실질 가처분소득 | 물가를 고려한 소득의 구매력이 늘고 있는지 보기 위해 |
| 실질 소비지출 | 지출액 증가가 물가 때문인지 실제 소비 증가인지 구분하기 위해 |
| 고용과 근로소득 | 소비를 뒷받침하는 반복적인 소득 흐름을 보기 위해 |
| 부채 상환 부담·연체 | 소비 유지와 금융 부담이 함께 커지는지 보기 위해 |
| 자산과 소득의 분포 | 전체 수치 뒤에 가려진 가구별 차이를 보기 위해 |
다만 이런 자료들도 대상 가구와 기준 시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전체 저축률과 특정 대출의 연체율이 함께 움직였다고 해서 같은 사람들이 저축을 줄이고 연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최초 발표값이 나중에 바뀔 수도 있습니다. 개인저축은 소득과 지출의 차이이므로 양쪽 자료의 수정에 영향을 받습니다. BEA는 추가 소득 자료 등이 반영될 때 저축률도 수정한다고 설명합니다. BEA 개인저축률 수정 안내
밤사이가 읽는 기준
저축률이 낮아졌다는 기사를 보면 저는 ‘소비가 곧 무너진다’는 결론보다 소득과 지출의 움직임을 먼저 확인합니다. 소득은 견조한데 일시적으로 지출이 늘어난 경우와, 소득이 약해지는데 지출을 줄이지 못하는 경우는 다르게 읽어야 합니다. 후자의 흐름이 이어지면서 상환 부담까지 커진다면 소비의 지속성을 더 조심해서 보겠습니다.
동시에 전체 숫자를 보통 가구의 통장 사정으로 옮기지 않으려 합니다. 자산이 많은 가구와 매달 들어오는 소득에 의존하는 가구의 여력은 다릅니다. 제가 확인하려는 것은 저축률이 몇 퍼센트인가보다, 소비를 지탱하는 소득이 이어지고 있는가입니다. 저축률은 그 질문을 시작하는 자료이지 혼자서 답을 내리는 자료는 아닙니다.
핵심 정리
- 개인저축률은 가처분소득에서 지출하고 남긴 비중입니다.
- 저축률 하락은 기존 예금잔액이나 초과저축의 소진을 직접 뜻하지 않습니다.
- 지출 증가와 소득 감소 모두 저축률을 낮출 수 있으므로 원인을 구분해야 합니다.
- 자본이득은 개인소득에 포함되지 않으며 전체 저축률은 가구별 사정을 가릴 수 있습니다.
- 소비의 지속성은 실질소득·고용·부채 부담과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